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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이대로 가면 관광도, 인사동도 죽어요!”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헤럴드경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4-11-10
조회수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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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가을 빛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지난 4일 평일 오후 한낮인데도 서울 중구 인사동 거리는 국내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각종 기념품과 공예품, 의류, 악세사리 등을 파는 상점엔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커피와 차, 호떡 등을 파는 간이매점도 바삐 움직였다. 저녁이 되면 직장인까지 몰려 발디딜틈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골목 안쪽의 화랑들에는 파리가 날렸다. 화랑은 물론 골동품, 지필묵점도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 눈물을 흘리는 이 상반된 모습이 인사동의 현주소이자 맨얼굴이었다.

인사동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윤용철 회장(57ㆍ윤 갤러리 대표)은 “인사동의 근본인 전통문화를 살리려 하지 않고 관광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이어진다면 정체성이 상실돼 인사동도 10년 내에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를 만나 인사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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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은 인사동의 정체성은 고미술과 현대미술, 골동, 서화, 공예, 표구와 지필묵 등 전통 문화ㆍ예술이라며 이를 살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문화도 살고 관광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관광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정체성이 흔들리면 문화도 죽고 인사동도 죽을 것이라고 정부의 대책을 호소했다.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조선시대 문화예술<의 메카이자 한류의 본류

윤용철 회장과의 대화는 인사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류 열풍과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에서부터 시작됐다. 인사동은 올해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들르는 최고 인기지역이다.

“작년에 멕시코를 방문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깐 들렀는데, 현지 학생들이 우리를 보고는 같이 사진 찍자고 달려드는 거예요. 한류가 정말 무섭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당연히 한류의 본류를 찾고 싶어하겠죠. 동대문시장이나 명동, 드라마에 나온 지역에선 화장품이나 옷을 사고 나면 끝이죠. 인사동이 한류의 본류예요. 인사동을 보면 한류가 진공상태에서 뻥 터진 게 아니라 전통에서 나왔다는 걸 알겠죠. 그게 스토리텔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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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조선시대 이후 문화와 예술의 메카였다. 김홍도나 신윤복 같은 화가들이 활동하던 도화서가 조계사 근처에 있었고, 아래쪽 탑골공원 인근엔 연암 박지원이 살았다. 연암의 제자인 박제가도 이곳에 와서 살다시피 했다. 이들이 탑골공원에 모여 실학을 논의해 백탑파가 나왔다. 이들은 문학이나 철학, 서화에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최고 미술평론가들이기도 했다. 조선후기 영ㆍ정조시대 사상과 문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인사동이었다.

“인사동은 사대부 집안이 많았던 북촌과 맞닿아 있어 조선시대 이후에도 진귀한 골동품이나그림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고미술이 유명해졌고, 전국의 유명 작품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죠. 매매가 활발히 일어나자 신예 작가들도 여기서 전시회를 해야 인정받을 수 있었죠. 신구의 조화로 문화예술의 메카가 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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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이 특히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였다. 개발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던 인사동은 당시 급속히 늘어난 외국인 방문객들의 최고 인기 장소가 됐다. 정부도 인사동을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지구로 지정해 개발에 제한을 가하고 그림과 골동품, 공예, 표구, 지필묵 등 다섯 분야를 권장업종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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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멍드는 인사동 

현재 인사동 문화지구에 들어와 있는 점포는 2000여 곳에 달한다. 전통문화 부문에서는 공예가 500여 곳, 화랑과 그림이 300여 곳, 골동품이 200여 곳, 표구가 70여 곳, 지필묵이 30여 곳으로 추산된다. 그림이나 서화를 위해선 붓과 물감이 필요하고, 표구 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하며, 그것을 애호가들에게 전시ㆍ판매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인사동에는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의 공간에 통합된 곳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며 이것이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늘어나는 관광객이 전통 문화ㆍ예술 활동을 해왔던 사람들에겐 독이 되고 있다. 관광객을 겨냥한 상업주의와 올라가는 임대료, 환경 변화와 인사동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등이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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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지금은 불특정 다수가 몰려와요. 그림이나 골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몰려 오니까 이들을 노린 중국산 제품을 팔고, 화장품 가게가 들어오죠. 인사동이 전통문화 거리가 아니라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곳 토박이들은 집세가 올라가고 장사가 안되니 떠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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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절박한 어조로 말했다. 온라인 경매회사나 대형 화랑들도 처음엔 인사동에 자리를 잡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떠났다. 작가들은 코엑스 같은 곳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로 가벼려 인사동이 공동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인사동 중심가 400여 개 점포 가운데 최근 몇년 사이 200여 개의 주인이 바뀌었고, 지금도 내놓은 화랑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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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집세 때문에 지하나 옥상, 골목 뒷편으로 밀려났어도 자존심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한계에 도달했어요. 건물을 소유한 사람들은 덜하겠지만, 세 들어 사업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부동산 투기업자까지 와요. 이대로 가다간 100년 넘게 걸려 형성된 인사동이 10년 내에 사라자지고 말 겁니다.”

인사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윤 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부산에서 화랑을 경영하고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위원을 역임하는 등 활동을 하다 1990년대 중반 인사동에 터를 잡았다. 2011년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으로 선출돼 연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자신도 갤러리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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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없으면 관광도, 인사동도 사라집니다”

윤 회장은 인사동을 살리려면 문화지구의 정체성에 맞도록 전통문화를 살리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서 조례를 통해 인사동 문화지구 일대의 건물 높이를 4층 이내로 제한하고 그림과 골동 등 다섯 가지 권장업종을 제외한 업종을 영위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것으론 인사동의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조례로 묶어 놓았지만 화장품이 들어오고 호텔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벌금 내고 다른 업종이 들어와요. 인사동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 떠나면 명동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어요? 문화가 있으면 관광도 살지만, 관광 중심으로 가면 문화가 죽고, 그렇게 되면 결국 관광도 죽습니다. 인사동의 정체성을 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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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까지 인사동에 대한 정부나 서울시의 정책이 관광 중심었다고 지적했다. “공연을 지원하고, 통역을 늘리고,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것 등 모두 관광객 중심이었지, 인사동의 전통을 살리는 정책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는 삼성화재가 인사동 대성산업 부지에 짓는 호텔 지하에도 처음에는 음악당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인사동의 정체성은 미술과 골동이라고 설득해 음악당 대신 전시공간을 겸한 컨벤션센터로 바꾸도록 한 일화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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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이든, 문화관광부 장관이든 인사동의 정체성을 알아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인사동을 모르면서 그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정책을 펴면 인사동은 망합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파리에는 관광객 중심의 정책이 없습니다. 문화진흥정책을 펴는 거죠. 문화가 있으면 관광객은 자동으로 옵니다. 그게 인사동을 살리고 관광을 살리는 길입니다.”

인사동 주변에 들어서는 호텔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문화 시설을 갖춘 호텔이 들어오면 그래도 괜찮지요. 그런데 아벤트리나 센터마크, 앰버서더 같은 호텔은 전시장은 물론 회의장도 없어요. 인사동과 관계가 없는 거예요. 인사동에 맞게 호텔에 전시장을 만들어서 골동이나 전통예술을 즐기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호텔도 사는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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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생태계를 복원할 복합문화시설 필요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사동을 재구성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윤 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추진되다 서울시와 종로구의 갈등으로 흐지부지된 전통문화복합시설 건립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터에 전시와 공연 및 창작공간을 갖춘 전통복합문화시설을 짓는 계획으로, 지난해 종로구가 국비와 시비 등 77억원의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주차장 용도 문제로 시와 구가 갈들을 빚다 예산을 반납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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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 디자인센터를 만들어 디자인 메카로 만들듯이, 인사동에도 이런 복합시설을 만들어 전통문화의 메카로 만들어야 합니다. 저렴한 임대료로 권장업종을 유치하면 경쟁력이 생기고, 전국의 고미술과 골동품들이 다시 들어옵니다. 골목에는 공방이나 갤러리 같이 작품을 만드는 곳, 재료를 대주는 곳이 들어서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절박한 위기상황에 놓인 인사동의 전통문화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그 방안이 복합문화공시설 건립이란 얘기다. 윤 회장은 중국의 구완청(古玩城)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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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완청은 중국 정부가 만든 골동품 및 서화 전시ㆍ판매장이에요. 처음엔 베이징에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자 지금은 베이징에 6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어요. 중국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실제로 굉장합니다. 이것이 활성화되니까 새로운 작품들도 들어와 전통예술도 살리고 중요한 관광자원도 되고 있어요.”

윤 회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도중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인사동 이야기를 써달라며 인사동의 위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말은 30~40년 이곳을 지켜온 많은 인사동 토박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hjl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은 누구?>

1956년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에서 화랑을 경영하며 문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임원을 역임하는 등 봉사와 조직관리, 리더십 부문에서 역량을 쌓았다. 1990년대 중반 서울로 올라와 인사동에 자리를 잡아 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을 맡아 전통문화의 부활을 위해 뛰고 있다. 보존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인사동홍보관을 운영하고 차없는 거리, 가로 정비 등을 추진함은 물론 인사동전통문화축제, 한옥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인사동을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예술거리로 만들는 데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인사미술제 집행위원, 종로문화원 기금관리위원, 문화와골목경제포럼 회장,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 등을 맡는 등 전통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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